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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2013년도 학술심포지움 - 현대미술과 비엔날레 생태학
작성자전체 군포문화재단 등록일 2014-01-09 조회수 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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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2013년도 학술심포지움

 

현대미술과 비엔날레 생태학 (Biennale Ecology in Contemporary Art)

 

 

포 럼 (2013.11.29. 부산시립미술관)

3부 (제언) '비엔날레의 외적 연대와 협력 네트워크'

박찬응 (군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둠벙속 드렁허리와 춤을  
 


들어가며


부산비엔날레 학술회의에 초청되어 영광입니다. 제3 주제에 발제자로 참여하게 된 군포 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박찬응입니다. 제3 주제 ‘비엔날레의 생존과 존립을 위한 연대와 협력 방안’이란 주제어를 받고 대략 남감했습니다. 자본주의의 꽃 베니스 비엔날레가 모태인비엔날레의 생존방식과 사회적경제의 생존법인 ‘연대와 협력’을 연결하려니 그렇습니다. 연대와 협력은 사이좋게 어깨동무 할 수 있는 사이끼리 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크거나 일방적으로 작아도 연대와 협력은 구실에 불구합니다. 아무튼, 예술적 상상에는 제안이 없다고 하니 둠벙속 드렁허리와 춤을 이라는 재미난 제목으로 새로운 상상을 펼쳐 보겠습니다.
 


본말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서 세계경제가 위기라고 엄청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매일 깔고 자는 신문에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말한답니다. 자신의 처지와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크리틱은 허망하고 허탈합니다. 비엔날레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2000년 여름에 가족들과 유럽 베낭여행중에 베니스에 하루동안 정착했습니다. 나는 당연히 비엔날레를 보러 가겠다고 했는데 9명의 일행들이 모두 해변으로 수영하러 간다고 합니다. 혼자 비엔날레관에 가서 관람하다가 날씨도 좋고 피곤도 해서 잔디밭에 잠시 누웠는데 그만 퇴장시간이 되버렸습니다. 작품들을 스치고 지나가며 관람하고 빠져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 누워 잠들었던 달콤한 기억과 ‘내달리면서 작품관람하기’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도 가끔 보는 편입니다. 보고 나면 많이 피곤해지죠! 좋은 거 보고나면 기분이 상승되면서 몸에 충만감을 느껴야하는데 너무 크고 많아서 그런지 그런 감동 받기 힘듭니다. 이러한 중대형 비엔날레들이 도시마다 급속히 늘어가고 있는 현상을 보며 비엔날레의 본래의 취지 (실험성, 지역성, 신진작가육성)가 사라지고 상업성과 국가경제, 지역경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헛된 욕망의 각축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자기들만의 지적 놀음 ’‘그들만의 잔치’로 불리며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주체적인 기획과 연출로 국내작가들의 소통의 장, 시민교육의 장, 축제의 장이 되고 그 기반위에서 세계성을 획득하는 그런 차별화된 비엔날레가 탄생해야합니다.
 


예전처럼 정보가 차단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SNS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뉴욕에 있는 내 친구에게 전송되어 들을 수도 볼 수 도 있고요. 나이지이라 작가가 군포중심상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장면을 네덜란드에서 보고 반응을 합니다. 캐나다에 있는 킹스톤시장과 안양의 석수시장에서 같은 시간대에 페스티벌을 연대하기도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미술세상은 “예술적 상상력도 그러하다. 중앙도 없고 지역도 없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는 백종옥씨 말처럼 공평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우리는 우리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동네이야기, 우리예술이야기부산비엔날레를 통해 펼쳐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의 선진화 추세에 연연해서 ‘모셔 오기’ 행사는 그만하고 고유한 아시아와 한국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이 와서 보게 하는 그런 비엔날레로 자리잡아가야 합니다.
 


‘비엔날레의 위기’를 어느 입장에서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대안도 달라지겠지요. 미술계 밖에서 미술계를 바라다보면 작은 찾잔 속의 풍파로 보입니다. 여섯 세상 (천상계,인간계,아귀계,아수라계,축생계,지옥계) 중 우리 인간계는 언제나 위기이고 매순간 출렁이는 바다입니다. 발제 문을 준비하다 백종옥(당시 미술생태연구소 소장)씨의 2009년 글<미술생태계 2.0 을 위하여>을 발견했습니다. 2009년도 미술계의 상황을 정확히 적시하며 그 전망까지도 정밀하게 분석해주셨습니다. 글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예술생태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이들은 중심이 없이 느슨하고 열린 관계망을 형성하며,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질서를 형성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즉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예술인들이다.

-중략-

 

세계는 끝없이 출렁이며 공진화하는 관계의 그물망이다. 중심도 없고 주변도 없다. 예술적 상상력도 그러하다. 중앙도 없고 지역도 없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우리가 가는 예술의 길도 한 가지 길이 아니며 끝없이 갈라지고 서로 만나면서 미지의 고개를 넘고 또 넘어간다. 우주라는 거대한 그물망을 구성하는 수많은 그물코들 중의 한 지점에 우리는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 한 지점이 활발한 문화의 발화점이자 촉매 점으로서 빛나길 기대한다.”

‘지금 여기’ 이지점이 활발한 문화의 발화점이자 촉매점으로 빛나길 기대하며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하는 예술가’ 들이 과연 2013년에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고 어떻게 경계를 무너트리며 활동하는지 자연생태계에 견주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아와 한국에는 논들이 많습니다. 논 언저리에는 크고 작은 물웅덩이들이 있습니다. 사투리로 둠벙 혹은 덤벙이라고 하지요. 자연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논가에 있는 작은 둠벙을 생태계의 보고이며 소우주라고도 하며 매우 소중한 자연유산이라 여깁니다. 2008년 제10회 람사르총회에서 논을 습지로 인정하고 보호하고 보존하자고 선언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논에 둠벙이 있으므로 해서 그만큼 생물종다양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물새들이 많이 날아온답니다. 어린 시절에 둠벙속에서 거머리나 물방개 소금쟁이, 미꾸라지, 물장군이 어떻게 헤엄을 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어느 날은 둠벙속에 손을 넣었다가 새끼 자라에게 손가락을 물려서 울고불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면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이 둠벙속에 왕은 누굴까? 자라일까? 깊은 곳에 괴물물고기가 살고 있지 않을까? 가을이 오면 어른들이 둠벙속의 물을 퍼내서 고기를 잡습니다. 연못 맨 밑바닥에 정말 드렁허리라는 크고 시커먼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논 드렁허리는 매우 특이합니다.

1) 몸길이는 40cm~1.2m 정도이고 뱀이나 뱀장어와 상당히 닮았으나 드렁허리목에 속하는 엄연히 다른 물고기입니다.

2) 하천이나 논·연못 등에 살며 육식성으로 곤충, 지렁이, 올챙이나 개구리,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습니다.

3) 성장하면서 성전환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모두 암컷이지만 40cm가 넘으면서 수컷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4) 드렁허리는 낮에는 주로 땅을 파서 숨어 지내고, 5) 주로 밤에 활동을 합니다.

6) 논두렁에 구멍을 잘 내는데, 심하면 논두렁을 허물기도 합니다.

7) 마지막으로 미꾸라지나 뱀이 못하는 뒷걸음질도 잘합니다.

논의 두렁을 헐게 한다고 하여 드렁허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위 '논 망치는 고기'라 하여 천대받는 물고기입니다. 이런 둠벙속 드렁허리가 사라졌습니다. 70년 새마을운동부터 농토개량사업으로 농수로가 만들어지고, 논을 건축용지로 활용하면서 그 많던 둠벙들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비료와 농약 때문에 드렁허리도 자라도 물장군도 다 사라졌습니다. 2000년 이후 환경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고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논의 생물종다양성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논이 살아나고 둠벙도 새로 조성되면서 사라졌던 드렁허리도 나타났습니다. 둠벙은 자연석과 흙으로 둔덕을 만들어 오래될수록 그주변에 많은 생물들이 모여듭니다. 스스로 공동의 마을을 만듭니다. 일방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콘크리트 수로와는 그 기능와 역할이 전혀 다릅니다.
 


마치 우리네 삶속에서 대안공간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번창하기 시작한 그 시점과 비숫하기도 하고 그속에 살아있는 드렁허리의 속성은 행동예술가 혹은 예술행동가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하다는 걸 느낍니다.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드렁허리 (예술활동가)들의 최근 활동들을 짧게 소개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살면서 활동해왔던 안양과 수원 안산의 둠벙과 드렁허리들의 활동을 소개해 드립니다. 안양의 석수시장이라는 둠벙에 스톤앤워터(2002)라는 드렁허리가 살고 있습니다. 석수시장은 ‘석수 예술가 서식지(Seoksu Artist Habitat)’로 불리며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예술가들이 빈 점포에 들고 날며 창작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찾아온 작가들이 자신의 돈으로 빈 점포를 빌리고 각자의 창작활동을 하면서 함께 교류하면서 예술 공동체를 이루며 삽니다. 개발이라는 포클레인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한 생태계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생력을 획득해가기 시작합니다. 올해2013 SAP(석수아트프로젝트)는 블랙마켓(black market)이라는 현대의 자본시장을 비꼬아 장기나 혈액매매, 매춘관련 이미지판매, 야바위꾼 보따리상, 미술품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교환되거나 나누어지면서 현 사회를 풍자조롱하기도 하면서 장돌뱅이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상호교류하고 거래하는 한바탕 암시장 축제가 만들어졌습니다. 2010년에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와 석수아트프로젝트(SAP)간에 협력사업으로 ‘뉴올드 만안디자인-만안하세요?!’를 추진한바 있습니다.

 
지금 활동 중인 군포에서는 오래전부터 ‘책 읽는 도시 군포’라는 슬로건 아래 마을단위의 소규모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서관내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서 문학 창작 레지던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3년 3월 창립한 군포문화재단에서는 군포경찰서와 협력하여 ‘파출소가 돌아왔다(PACHLSO IS BACK)’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비어있는 파출소5개에 목공학교, 문화공작소, 국제레지던시공간, 청소년활동 공간등을 조성하여 운영하는 활동을 통해 창작자들을 위한 둠벙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근 수원에서는 오래전에 ‘대안공간 눈’이 자리 잡으면서 생태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양한 예술공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도시생태계가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와 민간단체와 문화재단이 협력하여 마을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3년 생태교통마을을 조성하였습니다. 동네골목에 차들이 사라졌습니다. 그곳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장터가 열리기도 하고 공연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골목에 간판이 변하고 다양한 시민들의 마음이 변하고 의식이 변하고 새로운 활력이 골목을 감돕니다. 수원시와 민간과 협력해서 만든 모범적인 작품입니다.
 
안산지역은 오랫동안 국경 없는 마을 원곡동이 자리 잡고 있고 그곳엔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가 있었습니다. 독립공간은 사라지고 아트퍼러스(Art for US)라는 우리 모두를 위한 예술! 을 슬로건으로 여상근로자, 경로당, 이주노동자, 예술가가 협력으로 문화예술협동조합을 구성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안산시와 경기도 문화재단과 리트머스가 연대하여 만든 작은 둠벙들의 모임 같이 여러 개가 지신의 모양을 흐트러트리지 않은 체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중 입니다.
 


나가며
물론 부산에는 더 많은 문화예술 둠벙들이 있습니다. 배밭속의 스페이스 배, 지금은 사라졌지만 곧 나타날 반디스페이스, 재미난 복수의 아지트, 헤세이티카페, 인디고서원, 문화독해운동 이마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공간마다 내놓으라하는 드렁허리들이 즐비합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이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틀을 구축하기 바랍니다. 이들 공간들과 활동들이 부산비엔날레와 연대하여 지속가능하게 변화를 유지한다면 대한민국 예술생태계 전반의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미술단독의 생태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비엔날레 또한 미술중심의 먹이사슬로 구성된 생태계는 여전히 고립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저는 자연생태계에서 중요한 습지와 논의 둠벙같이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작은 단위의 예술 공동체들이 여기저기 산재해서 많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비엔날레의 역할은 이런 동시대 예술의 변화와 함께하면서 세상의 작은 둠벙들과 바다 건너오는 물새들을 연결하고 서로 드러내주면서 새로운 공존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이로움은 누구의 지시나 지도 없이 스스로 둠벙을 만들고 경계와 경계사이를 누비며 경계를 허물며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점차 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수백에서 수천까지 마치 논과 논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수많은 자연둠벙들처럼 말입니다. 둠벙과 둠벙이 연대하고 드렁허리와 드렁허리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그런 축제를 2014년 부산비엔날레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발제를 마칩니다.

 


2013.10. 7  박찬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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